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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 주영철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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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김선이 날짜:2006-09-30 조회: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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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공안에서 출두 요구서가 날라왔습니다. 통상 일이 있으면 직접 찾아와서 물을 텐데, 출두 요구서가 온 것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것도 저뿐 아니라 아내까지 같이 호출을 당한 것입니다. 보통은 남자만 상관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가니 저를 작은 방으로 데려가더니 취조하는 것이었습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의 체류가 목적에 위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비자 목적대로 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나는 당신이 그동안 비자를 이곳 저곳에서 빌려 다니면서 뭐하는지 다 알아. 당신 개인 목적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법규 위반에 대한 벌칙으로 1,100만동(약 70만원)의 벌금과 함께 5일 안에 베트남을 떠나야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할 시간도 없이 온 가족이 5일 안에 떠나야한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와서 막 정착하려니 또 다시 떠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동안 아이들이 이곳 저곳 학교를 옮겨 다니느리라고 안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없었는데, 한국 학교도 생기고 이제 막 제대로 하는가보다 했더니 다시 또 이동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모든 것을 맡기고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떠나야하다면 떠나겠다. 하지만 나는 베트남이 좋다. 오래전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베트남에서 근로자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이 한국어도 잘 모르고 또 불법적 신분으로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그들을 도와주었던 일들이 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그중의 한 청년이 당장 수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었는데 한 병원에 데려갔었고, 그 병원에서 수술을 잘 해주었을 뿐 아니라 무료로 다 처리해주었던 일도 기억난다. 그때 나는 베트남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왔었다...” 등등 과거를 회상하면서 마지막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위로부터의 역사하심이 있었던 것인지, 심문하던 공안이 저의 얘기에 마음이 다소 열린 것인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자기가 저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비서를 시켜 조서를 꾸몄는데 거기에는 저희 비자가 끝나는 10월 18일에 모든 가족이 베트남을 떠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날짜만 좀 더 순화되어 있었습니다.
‘아, 정말 떠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잠시간 상념에 잠겼습니다. 그 공안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지금 퇴근 전 바로 상부에 올려야한다고 빨리 싸인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의탁드리고 싸인을 하였습니다. 다른 공안이 들어와서 그 서류를 가지고 나갔고, 심문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 공안이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당신이 18일 이전까지 모든 서류를 다시금 적법하게 다 갖추고 정식으로 회사나 기관에 취직한다면 내가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안이 보통 집으로 찾아오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나, 일단 불려 가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위법 혐의를 잡고서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는 동안에는 눈동자 하나 돌리지 않고 위압적으로 심문 받는 사람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두 시간 반 정도를 그렇게 하고 돌아오니 많이 피곤하였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곧 바로 서신을 드려 소식을 나누려 하였으나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에게는 두 가지 일이 처리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시간 내에 제가 모든 서류를 다 갖추는 것이고(서류중에는 사법이력서(베트남어 표현)와 같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서류들을 이곳에서 제출하여서 다시금 심사 후 비자를 받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상급 기관에 올라간 저에 대한 조서가 어떻게 처리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미 작성해서 싸인까지 첨부하고 올라간 것을 없이 할 수는 없고 혹 도와준다 해도 보충 사유를 작성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심문하던 공안이 처음의 강도보다 많이 누그러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가 도울 수 있다면 좋은 결과도 있을 수 있겠지요. 고마운 것은 저의 베트남 친구 두 사람이 저를 도우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믿는 사람도 아닙니다. 고마울 뿐이지요.
시간은 이제 두 주가 남았습니다. 제가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저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가는 길은 그분 안에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저희는 그분께 다 맡겼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머무는 것이 뜻에 합당하다면 두실 것이요, 떠나게 된다면 그것도 그분의 허용하심 안에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일 내 추방이면 짐도 싸지 못하고 떠났다가 5년간 재입국이 불허됩니다만 그것은 면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또 다시 저는 그분의 뜻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교훈을 얻습니다. 이 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다시금 저의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가르치는 일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 거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2003년에 안식년을 나갔을 때 저는 딸아이를 통해서 그의 학교 친구들 가운데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아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소년 소녀 가장들이었습니다. 남들은 학원을 다니며 더 많이 공부하려고 애쓸 때에 집에 돌아와서 학원은커녕 동생들 밥해주고 돌보느라 복습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학업은 더욱 떨어지고, 그 미래 조차도 암담한 악순환이 예상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저희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 저희 또한 다소간 그런 상황을 체험하면서, ‘진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소망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가진 돈도 조직도 없지만, 혹 그분께서 인도하신다면 이곳에서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돕는 일을 병행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이곳에 머물 수 있을 때 가능하겠지요.
동역자님들께 먼저 두서없이 요청의 글월을 올립니다.
그분을 만나는 시간에 저희를 기억해주십시오. 혹 저희에게 불편이나 어려움이 주어진다면 피하지는 않으려합니다. 또한 저희의 머뭄이 그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앞에 놓인 장애를 철거해주실 것도 빕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평안 하십시오. 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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